KIMS Working Paper

KIMS Working Paper 제2호

미국 대선 시리즈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외교안보 과제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신 영 환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승리했던 지난 2016년 대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2020년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는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조 바이든(Joe Biden)의 승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트럼프가 가진 예상을 뛰어 넘는 반전의 리더십은 2016년 대선 승리를 시작으로 미국과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고, 지난 4년의 집권 기간 동안 기존의 관행을 뒤흔드는 변화무쌍한 성격은 지구 반대편의 한반도에서도 엄포와 화해를 넘나들면서 마치 곡예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리더십의 변화로 한반도 문제에 큰 변화를 경험한 우리는 이제 곧 치러질 미국 대선의 향방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

 “예측 불허”라는 수식어가 붙는 트럼프의 리더십이 보여준 지난 4년 동안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세계경제 및 무역과 관련하여 반세계화와 보호주의 경향이 대두되었고, 중국에 대한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이 본격화되었다. 둘째로 동맹체제와 다자주의를 중시하던 기존의 노선에서 이탈하여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가 강조되고, 이슈 당사국을 직접 상대하는 양자적 접근법을 취하였다. 셋째로 미국 외교에서 가치와 이념을 중시하던 경향이 후퇴하고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계산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분명 트럼프라는 리더십의 성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겠지만, 탈냉전과 이라크전쟁에서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의 국제 개입주의가 점차 후퇴하고 내적 지향성이 증가하는 거시적 경향성에 비추어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이다. 즉 미국은 세계의 보안관으로 국제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고 축소하고자 한다. 다만 과거의 이른바 ‘화려한 고립’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에 동맹국을 비롯하여 다른 국가들에게 국제문제에 대한 비용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미국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미국이 구축한 다자적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의 묵인 하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위협론과 대중국 견제의 필요는 이제 워싱턴의 최우선 어젠다가 되었다. 이렇듯 국제 개입주의로부터의 후퇴와 대중국 견제의 절실한 요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였다.

증가하는 방위비 분담금

우리가 미국의 이러한 외교정책 경향성을 직접 대면하게 된 것은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협상에서였다. 협상에 임하면서 미국은 약 40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SMA)에서 합의했던 분담금 1조 389억 원의 약 4.7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트럼프 행정부다운 강수였다. 그런데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한 증액 가능성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했고,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 또한 동맹국의 분담금에 대한 적극적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국제적 개입에 따른 비용 부담에 대한 거센 비판여론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었다면 ‘가격 후려치기’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상당한 분담금 증액 요구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미국 대선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척 없이 지연되고 있지만, 미국 대선 정국이 마무리되면 협상 속도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차기 행정부의 주인이 된다 할지라도 협상 과정이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일 수는 있겠지만 획기적인 할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미협상 재개 가능성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그러나 반세기를 훌쩍 넘겨버린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북한 핵문제와 이로 인한 한반도 안보 불안은 현실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실 초기에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트럼프는 김정은을 매우 똑똑하다고 추켜세우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미국의 최고 리더십은 조변석개했지만, 대북제재와 비핵화 방침에서 미국 외교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재선된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놓고 다시 쇼맨십을 보여줄 수 있다. 반면 바이든이 차기 정부의 수장이 된다면, 다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수도 있다. 참모와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중요한 바텀업(bottom-up) 의사 결정 방식이 복원될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북한 핵문제의 단계적 접근법의 필요성을 시사했던 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출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한반도 문제가 우선이며 이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바라보지만, 미국에게 한반도 문제는 여러 정책 어젠다 중에 하나이다. 트럼프의 독특한 리더십과 함께 북한 문제가 정책 과제의 상위를 점했기에 싱가포르와 하노이의 이벤트가 가능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여러 정책과제들 중에 윗줄에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정전선언을 이슈화하고 대미 외교채널을 통한 물밑 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북한 김정은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하여 최신 병기들을 공개하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존재감을 과시한 것도, 미국 대선 정국 이후 한반도 의제가 망각되어 ‘전략적 인내’를 인내해야만 하는 상황을 경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차기 행정부의 정책 어젠다 설정 기간과 내년 후반기부터 본격화될 한국의 대선 타임테이블을 고려하면, 더구나 바이든 집권 시 정권 이양과 신행정부 구성 시간까지 더해진다면, 북한 문제는 상당기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중경쟁 고조와 한미동맹의 과제

한국전쟁 이래 우리 안보의 핵심적 가치는 한미동맹에 있었다. 외교정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미국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부상은 한국 외교정책의 인식에도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 탈냉전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부상한 중국을 이웃에 둔 우리는,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을 쓴 채 중국과는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실리적이고 ‘기회주의적’ 줄타기를 해왔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서 교류와 협력의 가교 역할을 꿈꾸었다. 혹은 현실의 냉엄함을 인식하더라도 미중 간의 대결 구도와 그 속에서 강요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 최대한 지연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두 거인의 갈등과 대결은 우리의 희망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미국 국방부는 2019년에 이미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부상이 제기하는 위협을 공식화했으며, 인도를 끌어들여 일본 및 호주와 함께 대중 견제의 4각 협력체인 쿼드(Quad)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를 확대하는 쿼드 플러스(Quad Plus)에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적나라한 이익을 부인하지 않고 대중 견제 노선을 본격화했다. 만일 바이든이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러한 미중 갈등 구조는 완화될 수 있을까? 오히려 바이든 캠프는 외교정책에서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던 전통적인 미국 외교정책의 복원을 시사한 바 있다. 즉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이를 공유하는 동맹의 결속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대선 공약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The Summit for Democracy)의 미국 개최를 제시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대중 견제노선과 결부될 때, 이제 실리와 실용의 공간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식의 ‘실용’적 노선은, 동맹에게는 불신을 심어줄 것이며 아시아의 새로운 거인에게는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양국은 변함없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문제를 중심으로 한미동맹을 인식하는 반면, 미국은 냉전시대 이래 아시아전략의 한 축으로 한미동맹에 임해 왔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한국인들에게는 반미감정을, 미국인들에게는 동맹에 대한 피로감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는 중국 문제에 대하여 미국 국민들과 미국 및 아시아와 유럽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0년 7-8월에 걸쳐 이루어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여기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안보 문제에 대해서 미국과 동맹국들 및 여타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 미국 전문가의 80.9%, 유럽과 아시아 전문가의 73.6%가 동맹의 협력을 선택했고, 미국 일반 국민의 44.7%도 이에 동조했다.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답변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단독의 일방적인 군비증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여론조사가 정책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가졌던 ‘실리’의 공간이 현격히 축소되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신영환(to.yhshin@gmail.com)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위촉연구원이며 충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출강 중이다. 주요 연구 관심은 전통안보와 동아시아 국제관계, 중러관계, 지정학 등이다.

트럼프 재선이 가져올 대외정책 전망

한국국방연구원

권 보 람

미 대선의 혼란을 뒤로한 채 2021년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펼쳐질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극명해진 경제적,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된 사회를 단결시키기 위한 대내정책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 그 과정에서 어떤 도전에 직면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간단히 살펴본다. 다만, 11월 3일 이후 미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선거 결과를 집계하고 승자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지, 대선과 동시에 치르는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의석을 유지하는지 등의 국내정치 요인이 실제 정책 수행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을 미리 밝힌다.

대외정책 기조: 미국 우선주의 2.0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현실화된다면, 기존 공화당 지지자와 일부 무당파 유권자들이 대통령 개인의 비리나 공화당 행정부의 대내외적 정책 실패를 묵인한 채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결심한 결과일 것이다. 이는 향후 트럼프가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대외정책 부문에서 자신의 업적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자산을 동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할 동력을 확보함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나 자유, 평등, 정의 등 미국이 중시하는 전통적인 가치 구현에 얽매이지 않고 “힘을 통한 평화”와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에 입각해 군사력 증강과 현대화에 매진할 것이다. 또한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군사안보뿐 아니라 무역, 이민, 에너지 정책 모두를 포괄해 미국 본토를 요새화하는 대내외적 장벽 세우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절실한 시대적 요구가 있음에도 글로벌 보건, 기후변화와 같은 초국가적 이슈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코로나19로 재정적자가 악화됨에 따라 해외원조와 같은 “불필요한” 부문과 국무부 주도의 중복된 투자는 줄여나갈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부담을 줄이면서 자국의 직접적인 이익과 맞닿아 있는 사안에는 선택적으로, 필요시 강압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심산으로 미국의 국격과 글로벌 리더십의 퇴행을 앞당길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외정책 부문에서 독주할 수 있는 상한선은 미국의 재정상황을 뒷받침하는 경제가 얼마나 신속하게 회복력을 발휘하는지가 결정한다면, 하한선은 의회와 미국의 분열된 국내정치 전반이 얼마나 정부를 견제하고 정책 이행을 더디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대중국 견제가 지역적 재균형으로?

최근 미 의회에서 발표한 중국 태스크포스 보고서(China Task Force Report)가 보여주듯,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는 의회내 초당적인 지지와 사업가들과 일반 국민의 동조에 힘입어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 무역 압박 수위를 높이며 경제와 안보, 기술 문제를 연계해 협상하려고 할 것이다. 2019년 6월에 공표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전방위적으로 구현하면서 역내 영향력 확보를 위한 미중 간 직접적인 군사적 경쟁뿐 아니라 우방국 포섭 경쟁까지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남중국해상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FONOP)과 연합군사훈련을 확대 수행하고 대만에 대한 최신 무기 판매를 증대함에 따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고립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간 자산 재균형(regional rebalancing)을 충분히 할 수 있는가, 즉 아시아에 얼마나 헌신할 것인가라는 능력과 의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최근 의지 차원에서 긍정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지난 4월 미 연방하원에서 태평양 억지 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PDI)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상하원 군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방식을 논의 중이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의 “끝임없는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부분적인 이라크, 시리아 철군에 이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통해 중동지역에 대한 개입(footprint)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능력 차원에서 여전히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아프간-탈레반 평화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까지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모습은 신뢰하기 어렵다. 특히 군부와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글로벌 및 지역 전략에 기초한 중량감 있는 결정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게다가 2015년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미국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추가 부과함에 따라 지역 불안정이 심화되고, 러시아가 역내 혼란을 악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중동에 대한 미국의 관여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동맹과 대북정책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추구할 선택적 개입주의 전략은 동맹국 및 파트너십의 역할 확대를 강조한다. 문제는 한미간 주요 현안이 쉽게 풀리지 않는 데에 더해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동맹신뢰가 시험받고 동맹간 균열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구체적인 동맹의 역할보다는 “비용 분담”에 무게가 실려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또한 미중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고 쿼드(Quad)의 결집을 도모하거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Asia EDGE Initiative, Clean Network를 추진하고 있어 한국이 마치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주한미군의 병력 규모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통령 주도의 하향식 대북 정책을 큰 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스톡홀름 회의 이후 북한 비핵화의 범위와 교환가치를 명확히 하는 북미간 실무급 협의의 중요성이 확인되었으나, 두 정상간 특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 차기 정상회담의 전격적인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과 동시에 대북 문제에 전념하기를 기대하기에는 미국 국내정치 상황이 녹록치 않다. 2018년부터 계속되는 대북 협상 기조와 코로나19로 인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가 전작권 전환 문제와 연동되면서 더욱 긴밀한 한미간 안보협력이 요구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이 지속되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북핵협상을 재가동시키기 위해 미국이 결단 내리기를 기다리기보다 중국과 일본, 동아시아 전략적 파트너국들의 이해를 구하는 한국의 적극적인 양자 및 확대 외교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결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도덕성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전략을 재정비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안별 우선순위를 정해 동맹국에게 훨씬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더 이상 “예외”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국의 방위비 비용 분담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주한미군의 부분적 감축을 단행하고, 자국 주도의 경제협력네트워크에 불참할 경우 한국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기조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체질 변화를 재촉할 수 있으므로 원칙에 기반한 유연한 외교와 맷집 강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권보람(brkwon@gmail.com)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UNC Chapel Hill)에서 석박사학위를 마쳤다.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현재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국제관계대학원(S. Rajaratnam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RSIS) 방문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미국 군사안보전략과 외교정책, 경제제재이다.

  • House of Representatives. China Task Force Report. September 2020.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구상 : 오바마 2.0 또는 바이든 1.0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 영 준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Joseph Biden) 후보의 정치 경력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前 부통령은 정치 경력 대부분을 연방의회에서 쌓았다. 부모를 따라 10대 때 이주한 델라웨어州의 주립 대학교에서 역사학와 정치학을 전공한 바이든은 시러큐스 대학교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델라웨어州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그의 공직 생활은 1970년 뉴캐슬 군 의회 의원 당선이 시작이었다. 2년 뒤인 1972년, 델라웨어州 연방상원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어 워싱턴 정계에 진출하였는데 이때 바이든의 나이가 29세였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 될 때까지 약 35년 동안 연방상원의원으로 재직하였다.
오랜 연방상원 경력을 지녔지만 바이든의 정치적 열망이 의회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88년과 2008년에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에 도전했었다. 첫 도전이었던 1988년에는 前영국노동당 당수 닐 키녹(Niel Kinnock) 등 외국정치인들의 연설문을 표절했다는 논란으로 중도에 사퇴하였다. 2008년 두 번째 도전은 ‘오바마 열풍’ 속에서 아이오와州에서 열린 첫 번째 경선에서 1%미만의 지지를 받은 뒤 사퇴로 끝을 맺었다. 2020년 대통령 선거가 바이든의 세 번째 대통령직 도전이자 대통령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도전이다.

바이든의 외교정책 기조

바이든의 연방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외교위원회에 소속되어 활동을 하였으며, 상원 외교위원장도 세 차례 역임하여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고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을 자신의 런닝메이트로 선택하였던 데에도 그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크게 작용하였었다. 바이든이 2020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후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에 자신의 외교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그가 발표한 글의 제목은 “Why America Must Lead Again: Rescuing U.S. Foreign Policy After Trump”인데, 뜻을 풀이하자면 “트럼프가 망쳐버린 미국의 외교를 되살리기 위해 미국이 다시 리더 노릇을 해야 한다”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자신의 3대 외교정책 기조를 제시하였다. 첫째는 ‘국내에서 민주주의갱신(Renewing Democracy at Home)’이다. 바이든은 민주주의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 △권위주의 공세에 대응, △인권증진을 정책우선순위에 놓겠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만들었던 핵안보정상회의를 본따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구성하고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였다.
그의 두 번째 외교정책 기조는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이다. 바이든은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이며 미국의 통상정책은 중산층을 강화하는 정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통상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중국을 비롯하여 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세력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은 스스로의 혁신과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단결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바이든 외교정책 기조의 세 번째는 ‘리더 지위의 회복 (Back At The Head of The Table)’이다. 미국이 리더지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의 국제적 지위가 추락하였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정책의 기조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명성과 영향력을 추락시켰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강압과 강요가 아닌 외교를 미국의 주된 정책 수단으로 삼을 뜻을 밝혔다. 외교를 통해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과 공통 이해를 찾아내고, 그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갈등 요소를 관리하여 미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미국의 영향력 회복을 위한 가치지향적 외교안보 정책

바이든이 밝힌 외교정책 기조를 보면 그는 국제사회에서 가치지향 외교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복원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향할 가치란 민주주의의 복원과 권위주의에 대한 대응이다. 바이든은 민주주의 국가들과 미국의 결속력을 복원함과 동시에 권위주의 국가들의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이 주도하여 탈퇴하거나 약화시켰던 국제기구와 관계회복과 국제협정의 복원도 시도할 것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미중 사이에 논란이 되었던 세계보건기구(WHO)과 유엔 인권위원회, 파리기후변화협정(PCA) 등은 물론 이란핵합의(JCPOA)도 포함될 전망이다.
또 눈여겨 볼 점은 바이든의 해외군사개입과 동맹에 대한 입장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해외미군 감축 위협을 비판하면서도 미국의 역량을 갉아먹는 갈등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군의 해외 개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군사 개입은 목표가 분명하고 달성 가능한 경우이며 미국의 중대한 이익 보호라는 조건이 충족됐을 때만 허용되어야 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에서 알카에다와 IS의 퇴치같은 미시적인 임무에 투입된 미군을 철수할 것이며 예멘에서도 퇴각할 것을 주장하였다. 동맹 정책에 있어서 자신은 동맹의 목적을 방위비 분담에 국한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신의 정당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하여 동맹국들이 미국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차별성이 없음을 드러내었다.

바이든의 대한반도와 북핵 정책 전망

2013년 부통령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바이든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 뒤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을 할 것이다”고 하였다. 당시 바이든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에 의도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대통령 면담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간 원만한 관계 진전을 이뤄달라”며 한일 문제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요구한 한편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로부터 동맹국 수호를 위해 어떤 일도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당시 바이든의 발언은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였지만 2020년 대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도 크다. 미중의 경쟁과 갈등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졌고, 미국은 다양한 차원의 반중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외교적 자율성의 여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기이도 하다. 또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협상에서 실무진을 건너뛰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텀업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큰 폭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북미 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맹 관계도 어려운 과제들이 남아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바이든과 민주당도 미국의 동맹국들이 정당한 몫의 부담을 피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방식은 달라지더라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될 전망이다. 또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을 외교정책 기조로 삼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가치 동맹으로서 역할의 확대 요구가 커질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와 ICT산업에서의 동맹 구축에 참여요구도 포함될 전망이다.

바이든의 외교정책: 오바마 2.0 또는 바이든 1.0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펼칠 외교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와 얼마만큼의 차별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바이든 후보가 꾸린 정권인수팀에서 외교안보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러한 의문 제기가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현재 바이든의 외교안보정책팀 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앤쏘니 블링컨은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시절 정책보좌관으로 일했고 오바마 행정부 1기 내내 바이든 부통령의 안보보좌관(2009~2013)을 지냈다. 이어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2013~2015), 국무부 부장관(2015~2017)을 거쳤다.
또 다른 외교안보팀 주요인사인 커트 캠벨은 1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맡았었다. 역시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바이든의 런닝메이트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하였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부비서실장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은 힐러리의 양자라고 불릴 정도로 힐러리의 최측근이었다. 그는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오가며 나이에 비해 많은 실무 경험을 쌓은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이다.
한반도 문제를 실무에서 경험 한 인사들도 바이든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프랭크 자누지를 들 수 있다. 그는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정책국장,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아시아 정치군사분석관을 역임하였고,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프의 한반도 정책팀에서 활동하였다. 또 한국계인 박정현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CIA 정보분석관을 지낸 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왔고, 이번에 바이든 캠프에 참여하였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진용이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이들로 꾸려진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극복해야 할 외교정책 과제는 어떻게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성과를 발전시키면서 과오를 극복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오바마 2.0이 아닌 바이든 1.0 외교정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바이든의 리더쉽 영향이 크게 작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youngjoonkim@gnu.ac.kr)은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한반도 외교안보문제를 연구하였다. 현재는 국립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국제정치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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