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86호

미국의 남중국해 정책을 보는 2가지 시각
〈1〉트럼프 행정부의 첫 ‘항행의 자유 작전’ 평가

前 해군참모총장
(제31대)

정  호 섭

최근 미 해군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을 실시했다. 2017년 5월 25일 아침 7시경 이지스 구축함 듀이함(USS Dewey, DDG-105)이 남사군도 내 Mischief Reef에 중국이 설치한 인공시설로부터 6해리 거리를 두고 통과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2016년 10월 마지막으로 실시한 이래 7개월 만에 재개한 남중국해에서의 FONOP이다.

  미국은 2015년 10월 오바마 행정부 시절 FONOP을 개시하여 남사군도 내 Subi 및 Fiery Cross 암초와 서사군도 내 두 개의 암초 근해에서 4차례의 작전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들 지형물은 중국을 포함, 다수의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었고 그 주변해역은 국제법상 영해 범주에 포함되었다. 그 결과 당시 미국이 이들 해역에서 실시한 FONOP은 ‘무해통항’(innocent passage)의 원칙을 준수하는 미온적인 수준의 작전으로 이들 암초에 인공도서를 설치하여 그 주변해역을 ‘영해’라 주장하던 중국의 영유권 입장만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가 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재개된 FONOP은 종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Mischief Reef는 중국이 이곳에 비행장을 건설하기 이전에는 만조(滿潮) 시 수중에 잠기는 암초이므로 국제법상 영해를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상 ‘저조를 기준으로 한 노출지’(low-tide elevation)는 영해 설정의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암초는 어떠한 영해도 보유할 수 없다. 남중국해에 있는 다른 인공도서와 달리 이곳의 시설은 저조(低潮) 시를 기준으로 하여 중국이 인공도서를 설치하였고 중국 이외에 다른 국가는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곳이다. 다시 말해 Mischief Reef는 중국은 물론 어떤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고 해양영토로서의 어떠한 위상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둘째, 이번에 듀이함이 Mischief Reef 가까이에서 지그재그(zigzag) 항해와 심지어 해상 인명구조(man overboard) 훈련 등 90분간 정상적인 작전을 실시하며 통항했다는 점이다. 즉, 이 점이 타국의 영해를 사전통보없이 통과하도록 허용한 ‘무해통항’법칙에 따라 통항했던 종전의 FONOP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듀이함이 실시한 인명구조 훈련은 공해상의 자유를 실천한 행동으로 동(同)암초와 주변해역에 대한 중국의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indisputable sovereignty)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동인 것이다. 미국이 특정해역에서 무해통항이 아닌 정상적인 작전을 수행했다는 것은 곧 그곳이 영해가 아닌 공해라는 뜻이고 영해가 없으면 중국의 소유권도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대학의 국제법 전문가인 James Kraska 교수는 이번 듀이함이 실시한 FONOP은 Mischief Reef 주변의 ‘영해’뿐만 아니라 동(同)암초 그 자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까지도 부정하는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하였다. 결국 이번 작전은 중국의 확장주의 행동에 직접 대항하는 행동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Kraska 교수는 이번 작전이야말로 2016년 7월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내린 판결이 ‘최종적이고 구속력 있는’(final and binding) 것이라는 미국의 인식을 명확하고 가시적으로 표현한 행동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전(前)태평양함대 정보참모 Jim Fanell 예비역 대령도 이번 작전이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2016년 7월의 판결을 지지하는 미국의 입장을 표현하는 첫 번째 조치이며, 특히 미국이 중국에 동(同)작전에 대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시행한 것은 아주 잘한 것으로 이를 통해 미국의 확실한 전략적 의도를 미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그는 미 국방성이 앞으로도 수상함·잠수함·항공기 등에 의한 미 태평양함대의 작전을 주기적으로 공개하여 중국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같이 증가된 미 해군의 전력시현(戰力示顯)만이 남·동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해양 영유권 확장 공세에 대한 ‘유일하게 실전에서 입증된 처방’(only battle-tested remedy)이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한편 John Richardson 미 해군 참모총장은 이번 FONOP의 시행을 인정하면서도 이 초계작전이 특정국, 즉 중국을 의식하여 실시한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그는 미 해군은 1979년 이래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를 포함하여 아·태지역 해역에서 매일 이 같은 작전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공해에 대한 타국의 확장주의적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는 기동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Richardson 제독은 FONOP에 대한 대내·외의 과도한 관심을 경계하며 이 작전은 미국의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수역에서 허용된 전통적 권리를 지지하는 하나의 통상적 임무일 뿐이라고 그 의미를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하였다. 이는 앞으로도 FONOP을 계속 실시하라는 국내·외의 정치적 압박에 대응하고 이 작전이 중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영유권 주장이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중국이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가속화하는 빌미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하는 배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이번 Mischief Reef 근해에서의 때늦은 FONOP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가 지나가는 남중국해에서 몇 년째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일방적이고 도발적인 인공도서 건설 및 군사화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자의적 수단을 사실상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군은 이미 인공 구조물을 건설하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도서에서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이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사실 지금까지 중국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외부저항은 물론, 중국이 치러야 할 비용도 거의 없었다. 어떤 이들은 남중국해에서 인공도서 건설작업에 참여하는 중국기업들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이미 인공도서 건설에 거의 성공한 중국은 조만간에 남사군도 내에 일련의 군사기지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불행하게도 이미 게임은 끝났다’(now game over)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향후 필요한 미국의 대응활동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고 중국을 대북 공조에 동참시키는 것과 같이, 중국으로 하여금 지역의 해양안보를 위한 공동노력에 참여함으로써 ‘협력의 습관’을 구축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며 필요 시 FONOP을 실시함으로써 현재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행동을 미국이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려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실시된 이번 FONOP이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는 미국의 근본적인 전략처방은 아니지만 중국이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획정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수단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012@yahoo.co.kr)은 영국 Lancaster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충남대 군사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관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미·일 안보관계, 군사전략·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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