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85호

미 해군의 공세적 해양전략과 전투함대

― 마한으로의 회귀?

해군본부
중 령

    

*큰 틀에서 말하자면 우리 미 해군은 해양통제로 돌아왔다는 겁니다. 우리는 적 잠수함과 수상함을 격침시키는 전통적인 임무에 충실해야 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확장해야 합니다”

  지난 1월 17일 미 수상전협회 심포지엄(Surface Force Naval Symposium)에서 수상전력사령관 로우든 중장은 ‘해양통제로의 복귀’(Return to Sea Control)라는 부제를 붙인 ‘미 수상전력사령부의 전략’을 발표했다. 미 해군 수상전력사령부의 주 임무는 앞으로 해양통제가 되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건설·교육훈련·작전운용이 상호 유기적인 골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 발표는 앞으로 미국이 해군력 운용목표로 ‘해양통제’(sea control)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최근에 이르러 미국의 전략문서에서도 ‘강대국 간의 대결’이라는 민감한 의제를 군사력 운용을 위한 현실적 가정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변화다.

  미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양통제’ 개념을 굳이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80년대 말을 전후로 구소련의 해체와 동구 공산권 몰락 이후 유일의 패권국가가 된 미국은 지구의 전해양을 지배해 왔었다. 해군은 ‘제해권’(command of the sea)을 행사하며 미국의 패권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이 위력에 도전할 국가가 없었기에 전략문서에서도 강대국 간의 경쟁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과격단체에 의한 테러리즘과 핵을 비롯한 WMD 위협의 심각성이 군사전략의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국가안보전략서(NSS)·국방전략서(NDS)·군사전략서(NMS) 등 주요문서에도 이러한 점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왔다.

  그런데 2016년 한 해 동안 1,000톤 이상급 함정을 26척이나 건조했던 중국과 군사력 현대화에 열중하고 있는 러시아 등 역내 강대국들의 부상과 도전이 최근 몇 년간 미국을 괴롭혔던 국방예산 삭감과 맞물리며, 미국에게 해양통제는 더 이상 기정사실(fait accompli)이 아니라 달성해야 할 조건이 되었다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양통제로의 복귀’는 비록 수상전력사령부의 개별적인 목표일 수 있으나 그 안을 관통하고 있는 정신은 최근 미 국방부와 해군의 다양한 전략문서들과 같은 방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 합참이 작성한 군사전략서(NMS)와 군사력 운용 원리를 명시한 ‘글로벌코먼즈로의 합동접근기동’(JAM-GC), ‘미 해군의 해양우세를 위한 기본구상’(A Design for Maintaining Maritime Supremacy), ‘과학기술발전전략’(S&T Strategy) 등 문서들을 통해 미국은 최근 과거보다 훨씬 공세적인 군사력 운용 방식을 발전시키고 있다. 수상전력사령부의 전략서를 배경 없는 돌발성 전략문서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깝게는 2015년 1월 수상전심포지엄·전략예산평가센터(CSBA) 등의 해양통제 관련 보고서들, 멀게는 그 몇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미 해군의 미래 군사력 운용 방식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이 전략문서가 탄생한 것이다. 마치 하나의 나뭇잎을 세심히 관찰하면 나무의 전체 형체가 보이듯, 이 문서 속에는 미 해군이 지향하는 미래 해군력 운용 방식이 숨어 있다.

  먼저, 미 해양전략의 이 같은 변화는 큰 틀에서 보면 콜벳(Julian S. Corbett)에서 마한(Alfred T. Mahan)으로의 회귀로 요약할 수 있다. 탈냉전 후 미 해군은 주요한 해전 없이 주로 세력투사(power projection)를 통해 지상작전에 기여함으로써 전승에 기여하는 역할(enabler)에 충실해 왔다. 마한보다는 콜벳 방식으로 해군력을 운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금의 서태평양 해양전략 환경은 콜벳식 해군력 운용에서 점차 마한식 운용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양상이다. 육지에서뿐 아니라 해전에서도 방어가 공격보다 더 우세한 군사력 운용 방식이라 믿었던 콜벳과 달리 마한은 국가생존과 번영에 있어 ‘결전’(decisive battle)의 중요성을 확신했다. 그는 결전에서의 승리를 위해 전투함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고 콜벳과는 대조적으로 방어보다는 공세적 해군력 운용이 사활적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적의 자유로운 해양사용을 거부하는 것(sea denial)을 충분한 것으로 본 콜벳과 달리 마한은 제해권(command of the sea)의 중요성을 설파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 해군의 최근 전략동향은 1990년 이후 ’미래를 향하여’(A Way Ahead)로부터 최근의 ’협력적 해양전략’(Cooperative Strategy for 21st Century Seapower) 등 현재까지 이어온 해양전략의 발전 맥락과 다소 차별을 보이는 모습이다. 오히려 냉전기 전략서인 1986년의 ’해양전략’(Maritime Strategy)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며 선회하고 있다. 이 전략은 1980년대 초 미국이 구소련과의 강대국 간 군비경쟁이라는 전략환경에서 해상결전을 고려하여 마한식 해양통제 정신에 따라 수립된 것이었다. 로우든 중장이 엄중하게 공표한 전략문서는 사실상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견인하기 위해 1986년의 해양전략을 현 시대적 환경에 맞게 재해석한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편 미국 해양전략의 이러한 변화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볼 때, 세계패권을 위한 조건으로 유라시아 지대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했던 매킨더(Halford Mackinder)의 ’심장지대론’(heartland theory)보다는 대륙과 해양을 연하는 연해지대에 대한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스파이크만(Nicholas Spykman)의 ’주변지대론’(rimland theory)과 궤를 같이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은 서태평양에서는 일본·호주·한국·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인도와 해양연대를 지향하며 대서양에서는 NATO와의 군사동맹을 통해 전략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양상이다. 아울러 최근 미 해군은 해군력 운용 방식으로 집중보다는 분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 해군은 그간 항모전력에 의존한 세력투사에 중심을 두었던 전력 운용 방식이 미국 못지않은 우수한 감지기들과 다수의 항모공격 무기를 보유한 경쟁국들을 고려할 때 현시대에는 전략적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절감하고 있다. 오히려 다수의 수상전투함이 가진 개별 전투력을 강화하고 이렇게 공세성이 강화된 개별 전투제대를 지리적으로 최적의 형태로 분산하는 이른바 ‘분산된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을 전력건설 및 운용 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적이 미 해군의 수많은 전투함들에 관심과 노력을 분산해야 하므로 표적선정과 결심, 교전에 막대한 지장과 혼란을 주어 미국이 우세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동(maneuver)과 화력(firepower)이라는 군사력 운용의 대표적 방식을 첨단 군사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상호보완적 관계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 해군전략의 이 같은 양상변화는 이원적 성격을 지닌 미국의 지전략적(geo-strategic) 환경에서 기인한 바 크다. 즉, 동쪽인 대서양(유럽)에서는 콜벳 방식의 해군력 운용― 지상군을 지원하는 세력투사적 역할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반면, 서쪽인 태평양(아시아)에서는 마한 방식의 결전적 해군력 운용을 위해 해양통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환경이다. 유럽의 전장환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해군력에 의해 전쟁의 궁극적 승리가 좌우되는 지정학적 현실에 맞추어 해양전략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 해양전략의 이러한 변화 방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방부 장관에게 작성을 지시했던 안보전략서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등 제반 전략문서들을 토대로 앞으로 군사전략서와 해양전략서를 통해 가시화될 것이다. 과거 마한이 주장했던 해양전략이 당시 해군력 규모로 세계 12위에 불과했던 미국에게 세계 패권국이 되기 위한 큰 그림과 방향을 제공했다면 앞으로의 미 해양전략은 현존 질서와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향을 지시할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서태평양에 임박한 갈등과 위기, 그리고 이를 헤쳐 나가는 해군들의 전략적 노력들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 해양전략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주변국들의 대응전략이 그 중심에 있다. 함대 간의 전투를 해 본지 벌써 칠십 년이 넘어가는 미 해군이 군함을 격침시키는 해군 ― 해양통제와 결전에 바탕을 둔 마한의 전략사상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최정현 중령(jounghyun_choi@hotmail.com)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연세대학교에서 석사와 영국 레딩대학교에서 박사학위(전략학 전공)를 취득했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해상무기검증과 국제군비통제협력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현재 해군본부에서 국제연락담당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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