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70호

푸틴-아베 정상회담의 성과와 함의

― ‘북방영토’ 문제와 관련하여

국립외교원
교 수

고 재 남

러시아 정상으로서는 9년 만에 이루어진 푸틴 대통령의 방일로 러·일 정상회담이 작년 12월 15-16일 나가토와 동경에서 두 차례 개최되었다.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은 아베 총리가 국내외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푸틴 대통령과 15번의 정상회동을 하는 등 대러 외교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었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국내외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 같다. 우리 국내 신문들도 “푸틴 대통령의 완승과 아베 총리의 완패”, “3조원 경협 챙긴 푸틴···북방영토 ‘빈손’”, “푸틴에 말려든 아베, 3조원 경협 선물만 주고 ‘영토 빈손’” 등으로 러·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전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필자는 아베 총리의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로 취임한 이래 북방영토(남쿠릴열도) 문제의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 그리고 경제·에너지 협력 확대를 위해 대러 접근외교를 전례없이 적극 추진해 왔다. 2014년 2월 서방국가 정상들이 대부분 불참한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석했으며, G7 차원의 대러 제재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년 5월 러시아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9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러·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향후 매년 양국 정상회담을 가질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대러 정상외교는 2014년 이후 연기되어 왔던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성사시키면서 북방영토 문제의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였다. 양국 정상은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어업‧관광‧문화‧의료 부문을 중심으로) 4개 섬에 대한 공동경제활동을 추진하되, 특별한 레짐에 근거해 러·일 평화조약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해치지 않도록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문화‧과학‧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68개의 협정을 체결하였다. 또한 양국 정상은 3년 전 최초 개최 이후 대러 제재로 중단된 양국 간 ‘2+2 외교·국방 장관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하였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은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영토문제와 평화조약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언급하였다. 러·일 정상회담 후 공개된 공동 기자 회견문도 ”양국정상은 평화조약에 관련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결의를 표명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양국 정상은 3시간가량 진행된 1차 회담(나가토, 12. 15)에서 90여 분간 배석자 없이 통역만을 대동하고 영토문제와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하였다.

  북방영토 문제는 지난 70여 년간 러·일 관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상존해 왔다. 일본은 대러 정책에서 정경불가분의 원칙에 입각해 북방영토의 반환이 없이는 전면적인 경협이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소련도 쿠릴 4개 섬이 대일 승전에 따른 결과로서 획득되어 영토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르바초프 시대까지 견지했다. 그러나 소연방 붕괴를 전후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던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은 영토문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일본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기 위한 대일 외교를 추진했다. 그러나 2000년 푸틴 정부의 시작과 더불어 영토문제 부재론(不在論)이 재부상하였고, 최근 들어 아베 총리의 대러 적극 외교에 힘입어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 입각해 영토문제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론이 다시 힘을 받게 되었다.

  푸틴 정부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토문제와 평화조약 문제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양국 정상이 일본의 4개섬 동시 반환론과 러시아의 4개섬 전면 반환 불가론을 모두 무시할 수 없는 현실론에 입각해 풀어나가려는 점진적 해법에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남쿠릴열도 상단에 위치한 쿠나시르·이투루프 등 2개섬은 잠수함의 운용통로 확보 등 군사적 이유 때문에 절대 반환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의 경협확대를 통한 영토문제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 정책은 한국의 대러 외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과 통일한국의 건설과정에서 러시아의 협력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한·러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 경제협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러시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더욱 높아질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 증대는 한국으로 하여금 실질경협 증대를 통한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고재남 교수(jnko92@mofa.go.kr)는 美 미주리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취득 후 1991년부터 국립외교원에서 러시아·CIS 지역에 관한 연구 및 강의를 수행해 왔으며, 현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유럽·아프리카 연구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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