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59호

해양과학기술과 국가방위: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역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홍 기 훈

해군력은 선박∙잠수함∙항공기를 사용하여 바다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한 국가의 군사력으로서 이 활동에 관련된 모든 인원, 모든 종류의 선박 및 항공기, 해안지원 설비 등 일체를 포함한다. 해군의 활동 공간이 바다이므로 해군에게 자신이 활동하는 공간인 바다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내재화 하는 일은 개인이나 국가 전체로서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이는 비가 내리는 데 우의나 우산을 이용하여 우선 비라는 장애물을 극복해야 다른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많은 사례가 보여주듯 육지에서의 관찰과 경험에 익숙한 일반적인 사람이 바다에 나가면 수심을 비롯한 해저 지형∙물 흐름∙바람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위급한 상황에서는 판단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해군은 의식적으로 자신을 해저 지형∙물 흐름∙바람에 숙달시켜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점을 또한 숙지해야 하는 부담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감당할 상당한 기계 장치와 그 장치를 목적에 맞게 운영할 특정한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해군은 그 본질이 과학기술 전문 부대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해역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업무는 가장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국가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연구개발 인프라로서 25여개의 이공계 전문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설치하였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and Technology: KIOST)은 해양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KIOST는 첨단 과학∙기술∙공학∙수학을 융합적으로 동원하여 해양을 탐사하고 주어진 국가 및 인류적 해양부문 과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는 이공계 전문 연구개발 전문 두뇌집단으로서 그 전문성을 활용하여 해양방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한 사례를 들면, 최근 공중을 날아다니는 드론(Drone)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바다에서는 수면에 착륙하고 수면에서 공중으로 이륙하거나 수중으로 잠수할 수 있는 기능을 동시에 가진 드론이 필요하다. KIOST에 설치된 해양방위연구 전담부서에서는 수면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수중에 잠수까지 하는 드론의 시제품을 최근 성공적으로 제작한 바 있다.

  한편 역사적으로도 해양방위에 해양과학기술을 사용한 사례는 무수히 남아 있다. 많이 알려진 실례는 바로 온 국민이 알고 있고 세계 해전사에 오롯이 기록되어 있는 이순신 제독의 명량해전이다. 1597년 9월 16일 이순신 제독은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일본의 130여 척의 배를 격파하는 대승을 거두었고 임진왜란이란 전쟁의 흐름을 역전시켰다. 승리의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진도 울둘목의 빠른 조류 등 바다 흐름의 관찰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또한 향후 수십 시간 내의 바다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여 이를 이용한 해양예보지식을 내재화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수면 위나 수중에서 움직여야 하는 해군으로서는 물 흐름의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 방위를 위해 자국의 과학기술역량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체제는 언제나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유럽각국에서 자신들이 속했던 전제주의 국가를 떠나 자유를 찾아 북미 대륙에 새로운 자유민주 국가를 건설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군참모총장(Chief of Naval Operations)이 국립학술원장(The National Academies)에게 국립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의 해군연구이사회(Naval Studies Board: NSB)가 미국 해군을 위해 특정사안에 관해 조사 및 연구해 줄 것을 요청한다. 요청서를 접수한 국립연구위원회는 해군연구이사회의 감독하에 당해 특정사안에 대한 위원회(Committee)를 구성한다. 위원회의 임무는 해군참모총장 참모부와 NSB 의장 및 임원들과의 협의로 설정되고 위원회에게 대체로 12개월 후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청 받는다. 위원회는 새로운 연구를 하기보다는 요청 받은 사안에 대한 현재의 첨단 지식을 집대성하고 논리적인 자문을 제공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작업에 관해 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전문가를 초청할 수 있다. 보고서는 작성된 후에 전문가 평가를 거쳐 완성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까지 생산한 보고서를 산하 국립학술원출판사(National Academies Press)에서 출판하여 널리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는 미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해양 방위를 위해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동원하는 방안을 구축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현대 국가의 주요 제도로 정당∙법∙군대 등을 꼽는다. 국가라는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국가 기능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오늘날에도 국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약한 나라 혹은 실패한 나라들이 다수 존재한다. 단순한 지침서(매뉴얼) 작성으로 국가 임무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 사회는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리비아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고, 러시아연방이 내분에 빠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유럽 연합에서 영국이 빠져 나오기를 결정했듯이 국가의 존재나 국가 간의 관계는 정적이지 않고 늘 동적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해양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어 왔으므로 해양방위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안보 상황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개개인은 모두 적극적으로 해양 방위 노력에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해양방위도 타 국가 업무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액수의 재정 투입이 요구되므로, 앞으로 국가가 가진 과학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KIOST가 국가의 해양과학 부문의 연구개발 공유 중추기지(플랫폼)로서 해양방위의 국가적인 소명을 다 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적극 노력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 이 글은 본래 논문형식으로 기고된 것을 요약한 것으로 논문 원문(full-version)은 하단의 참고자료를 클릭하면 됨.

홍기훈 원장(ghhong@kiost.ac.kr)은 서울대 해양학과 졸업 후 미국 알래스카주립대에서 이학박사를 취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런던협약과학그룹회의 부의장 · 한국환경준설학회 회장 등 역임 후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 9월 23일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열린 ‘런던협약 및 런던의정서 합동당사국 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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