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7호

편의치적제(便宜置籍制)와 대북 제재 선박

한국해사신문
편집국장

    

최근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우리 정부도 독자적으로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마련해 북한의 돈줄 차단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대북 제재안에는 북한이 소유한 선박의 국제 항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북한에 기항하는 제3국 선박의 입항도 통제하겠다는 해운 제재 방안이 핵심적인 내용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이번 해운 제재 방안이 북한을 압박하는 주요한 카드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선박의 국적등록제의 하나인 ‘편의치적제도'(FOC : flag of convenience)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편의치적제를 이용해 해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이 제도로 인해 북한이 실제로 소유한 선박의 식별이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가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지정한 북한 해운선사인 원양해운관리회사(OMM:Ocean Maritime Management Co) 소속 선박은 31척이었다. 이 선박으로의 화물운송을 근본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해 항만의 입항을 금지시키는 조치가 내려졌다. 문제는 이 선박들이 과연 북한이 실제로 소유한 선박인가 여부이다. 최근 필리핀 수빅항에서 OMM 소속으로 알려진 선박이 억류된 바 있다. 하지만, 실소유주가 중국 선박회사로 밝혀져 억류에서 해제가 되었다. 이 선박은 아프리카에 있는 시에라리온 국기를 달고 있었다. 선박 1척을 두고 3국이 복잡한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과연 이 선박이 어느 나라 선박인지 일반인이 보면 선뜻 알 수가 없다. 유엔이 지정한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이지만 실제는 중국이 소유하고 있고, 시에라리온의 국기를 달고 전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정체불명(?)’의 선박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선박의 편의치적제와 용선제(傭船制:선박의 소유 선사와 이를 빌려 사용하는 선사의 이중구조로서 북한의 OMM이 중국 선사의 선박을 용선한 것으로 보임)가 결합이 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적인 해운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편의치적제 등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편의치적제는 선박의 실제 소유주가 세제 혜택이나 선원의 원활한 수급 등 경제적인 이유와 국제기구의 안전규제 등 실용적인 편의성을 위해서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하는 제도이다. 앞서 언급한 시에라리온이 편의치적국이다. 참고로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파나마와 라이베리아·마샬아일랜드·홍콩·싱가포르 등이 가장 많은 편의치적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파나마가 8,153척, 라이베리아 3,185척, 마샬아일랜드 2,942척, 홍콩 2,515척, 싱가포르 3,605척으로 집계되고 있다.

  편의치적국들은 더 많은 선박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나마를 비롯한 편의치적국의 외교관들이 선박 유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대사관 등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애플사가 테러범에 대한 휴대폰 잠금장치 해제 요구에 ‘고객의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 편의치적국에서도 선박을 맡긴 소유주가 자국의 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주요 고객인 만큼 정보 보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북한의 선박을 식별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편의치적제는 선박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선박은 기국주의(旗國主義)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국주의는 국기를 단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한다는 국제법상의 원칙이다. 국내 선사가 소유한 선박이지만, 편의치적을 한 경우 권리와 의무 조항이 편의치적국의 법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선원들의 임금 문제 등의 다툼이 있을 경우 편의치적국이 파나마라면 우리 선원이라도 파나마 상법으로 처리가 되는 것이다. 선박의 안전사고 역시 편의치적국의 법령에 따른다. 그만큼 편의치적을 하면 국내에 등록을 하는 것보다 다방면에서 많은 이점이 있다.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고안된 편의치적제가 세금 포탈이나 이번과 같이 제재 회피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무리한 확대해석으로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 최대의 편의치적국인 파나마 국기를 달고 있는 선박 중에서 우리나라 국적선사가 소유한 선박이 무려 18%에 달한다. 선주협회 등에 따르면 1,000여 척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당선된 임기택 후보를 가장 먼저 지지한 나라가 바로 파나마이다. 국내 해운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치적국과 우리 선주사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실정이다.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 감행을 막기 위한 국제기구와의 정보 교류와 보다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

윤여상 편집국장( kmn211@chol.com )은 2007년 한국해사신문사에 입사하여 취재부장, 부산지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편집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항만클러스터 구축과 선박관리 선진화에 대하여 연구하였으며, 항만물류학과와 해운경영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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