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4호

북극의 신냉전(New Ice-cold War)’…21세기 ‘거대 게임’의 시작인가?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이 장 훈

북극 지역의 얼음이 지구온난화로 최근 들어 빠르게 녹으면서 이 지역의 천연 자원과 북극 항로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북극 지역에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10년마다 빙하가 거의 10%씩 사라지고 있다. 특히 북극해의 해빙으로 선박들이 현재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운항할 수 있으나, 2030년이 되면 연중 항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극해가 앞으로 중요한 교통요충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베링해에서 러시아 북부를 거쳐가는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라고도 불림)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기존 항로에 비해 거리는 20%, 운송기간은 8일이 단축된다. 북극해의 해저에는 엄청난 천연자원도 매장돼있다. 석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13%(900억 배럴), 천연가스는 전 세계 매장량의 30%(47조㎥)가 북극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 지역의 천연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선 북극과 북극해에 인접한 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등 8개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들 8개국은 1996년 ‘북극 이사회(Arctic Council)’라는 협의체를 만들었다. 북극 이사회는 사실상 일종의 배타적 기구이다. 회원국들은 북극 지역의 천연자원을 독식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옵서버’ 지위만 부여할 뿐 정회원국으로 가입시키지 않고 있다. 게다가 회원국들은 치열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14년 12월 15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로모노소프 해령은 그린란드 대륙붕이 자연적으로 확장된 것이라면서 90만㎢에 달하는 면적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러시아 정부도 지난해 8월 3일 CLCS에 로모노소프 해령이 자국의 동시베리아 초쿠가 반도 대륙붕에 연결됐다면서 120만㎢나 되는 면적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캐나다 정부도 자국의 대륙붕이 로모노소프 해령과 연결됐다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 중 특히 러시아는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각종 전략을 추진해왔다. 러시아는 2018년까지 북극군집단을 창설할 계획이다. 북극군집단은 북극해에서의 군함과 민간 선박 안전 확보, 북극해 및 대륙붕 지역의 천연자원 보호 등의 임무를 주로 맡을 계획이다. 러시아는 북극해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에 속한 코텔니 섬에 대형 군사기지를 완공했다. 북동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은 노보시비르스크 제도 인근 해상을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 또 브랑겔 섬과 슈미트 갑(岬) 등에도 군사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이와 함께 6개의 공항을 개보수하고 있으며, 10개의 방공 레이더 기지도 새로 건설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원자력 쇄빙선과 핵잠수함도 늘리고 있으며, 노바야 제믈랴 군도와 야쿠티야 공화국 북부 틱시 지역에 최신예 지대공 요격시스템인 S-400을 배치했다.

  미국도 북극함대 창설을 검토하는 등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극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이 북극 이사회와는 별개로 이 회의를 주최한 것은 앞으로 북극 지역에 대해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취하겠다는 의도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알래스카의 북극해를 직접 방문했다. 캐나다도 앞으로 20년간 350억 달러를 투입해 구축함 등 군함 23척과 대형 쇄빙선 등을 건조하기로 했으며, 160억 달러를 들여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65대 구입할 계획이다. 노르웨이도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48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덴마크는 북극 군사령부와 특수부대를 창설했으며, 3척인 프리깃함도 5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북극 지역 국가가 아닌 국가로는 중국이 북극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은 북극해 연안국들을 기항지로 삼아 북동항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유럽 국가들 중 맨 먼저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또 덴마크·스웨덴과도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수록 북극 지역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신냉전’(New Ice-cold War)으로 불릴 수 있는 21세기 ‘거대 게임’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truth21c@empas.com)는 현재 국제시사문제를 주제로 각종 언론매체에 기고와 해설을 하고 있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공군사관학교 교관을 지냈으며, 한국일보 초대 모스크바 주재 특파원, 국제부 수석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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