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2호

초국가적 해양위협과 ‘아시아 함대’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 춘 근

어떤 한 특정 국가가 야기시킨 이슈가 아니며, 한 나라의 단독적인 행동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초국가적 이슈라고 말한다. 인류의 활동 범위가 전 지구적으로 확대된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야기되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초국가적 이슈라고 말할 수 있다.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 2004년 12월 동남아시아를 강타했던 쓰나미(Tsunami), 그리고 2011년 3월 후쿠시마 등 일본 동북부 연안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 등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초국가적 이슈의 사례들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정치∙군사적 이슈는 아니지만 국가의 안전과 국민들의 생명을 더욱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의미에서 심각한 ‘안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은 이미 초국가적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해군은 초국가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구조임무를 수행하는 대표적 조직이었다. 1970년 이후 미국이 개입한 국제적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조에 관한 것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전투 임무의 비율은 3%에 불과했고, 억제를 목적으로 한 힘의 과시 임무의 비율도 10%에 그쳤다. 미국은 이 같은 초국가적 이슈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1,000척 함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아시아는 가장 많은 초국가적 사건들이 발발하고 있는 위험한 지역인 동시에 전통적인 정치∙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지역이다. 지난 100년 동안 아시아에서 발생한 자연 재해 등 초국가적 재난 사건들은 2,000만 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갔다. 이 같은 재앙에 대처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국가 간의 협력이며, 특히 해군 간 협력은 초국가적 재난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해군은 글로벌화 된 세계의 다양한 초국가적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조직이며, 실제로 다양한 국제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조직이다. 미국 국민들이 해군을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가진 집단’(Enabler)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국적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 함대가 아덴만과 인도양을 순시하기 시작한 이후 극성을 부리던 소말리아 해적이 급격히 감소되었다는 사실은 다국적 해군의 효과를 보여준다. 이 같은 점에서 아시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자체를 위한 ‘아시아 함대’의 건설을 제안하며, 그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함대는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 해적 및 테러리즘의 예방 및 진압을 위한 공동 작전, 정치적 혼란지역에 대한 안정화 작전, 해로 보호를 위한 작전, 남지나해 등에서 우발적 충돌 억제를 위한 배치 등 중요한 임무를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함대에 참여할 나라들은 자국 해군의 일부분을 아시아 함대 소속 군함으로 예비해둘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함대가 ‘상설 부대’(Force in Being)일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우선은 특수 임무가 발생할 시 조직될 수 있는 ‘임시 함대’(ad hoc Task Force)로 출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시아 함대 구상은 대단히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그것이 가능한 구상인가의 문제(feasibility), 국가별 능력차로 인한 불균형 문제, 효과적인 지휘 및 통제 문제, 아시아 국가들 간에 만연된 적대감과 전략적 부조화의 문제들이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 함대의 구상은 허황된 생각이 아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일단 구성 된다면 점차 조직을 확대하고 발전시켜가면서, 지휘통제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아시아 함대를 통해 아시아 국가 간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될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무력충돌과 분쟁을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춘근 박사(choonkunlee@hanmail.net)는 세종연구소, 자유기업원,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근무했으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캐나다 The University of Victoria 등에서 강의했다.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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