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62호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2019) 평가

― 미국의 위협인식과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의 자리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재 현

미 국방부는 2019년 6월 1일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 준비태세, 파트너십과 네트워크화된 지역’ (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 이란 제목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최근 미 국내에서는 국무성을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strategy) 보다는 ‘인도-태평양 구상’ (initiative)이라는 표현을 쓰기를 선호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국방부의 인도-태평양은 좀 더 공세적이다. 

  지난 2017년 이후로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주요 외교 및 국방 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국방부가 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의 지리적 범위는 미국의 서해안에서 출발해 인도의 서해안까지를 포함한다. ‘자유’는 지역 차원에서 국가의 주권 존중을, 국가 내에서는 좋은 거버넌스(governance)와 개인의 권리 및 자유 보장을 뜻한다. ‘열린’(open)이란 형용사는 전략적으로 항행과 비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경제적으로는 투자 개방성과 투명한 합의에 기반한 공정(fair)하며 상호적(reciprocal)인 무역을 내용으로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성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가진 위협 인식에 기초한다. 보고서는 중국•러시아•북한 그리고 초국가적 문제를 이 지역의 위협 요인으로 규정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중국이다. 전략적으로 중국은 무장 충돌보다 수위가 낮으며 평화적 해결과 명시적 적대행위 중간쯤에 위치하는(즉, gray zone) 행동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추구한다. 이러한 저강도 행위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는 일대일로를 통해 지역 국가들을 회유하거나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중국은 규칙에 기반한 지역질서 (rule-based order)에 대한 최대의 도전세력이다. 미국은 보고서 곳곳에서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현 질서를 전복하려 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헤게모니(패권)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중국을 규칙에 기반한 지역 질서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설득을 언급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이 현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를 그냥 바라보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사실상 중국에게 두가지 선택지— 즉, 인도-태평양 내에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할지 아니면 그 반대로 갈지를 제시하면서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다.    

  그 동안 인도-태평양이란 이름만 없었을 뿐 이미 미국은 지역 안보에서 동맹•파트너 국가들의 책임분담을 강조해왔다. 이번 인도-태평양 보고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지역 국가의 범위와 협력의 층위가 보다 다양해졌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지역 국가들은 동맹, 전략적 파트너, 지역 (남아시아•동남아•남태평양)의 파트너, 역외 파트너(영국•프랑스•캐나다 등)로 구분된다. 여기에 3자 협력 (한미일•미일호•미인일 등), 아세안, 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지역 안보포럼 등이 다자협력 이름으로 추가된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에 대해서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드러난다. 주요 동맹국 중 일본•호주는 명확하게 인도-태평양 전략 안에서 역할 규정이 되어 있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번영의 초석’(the cornerstone of peace and prosperity in the Indo-Pacific)으로, 호주는 ‘미래 인도-태평양 지역 안전보장을 위한 협력 대상’(collaborating to ensure the security of the Indo-Pacific region into the future)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른 주요 국가에 관한 언급에서도 인도-태평양 단어들이 쓰인다.

  반면 한국은 인도-태평양이 아닌 ‘한반도와 동북아에 있어서 평화와 번영의 축’(linchpin of peace and prosperity in Northeast Asia, as well as the Korean Peninsula)으로 언급되어 있다. 한국과 전략적 협력의 대부분은 사실상 북한 문제와 한반도에 국한된다. 한국을 다루는 약 2쪽 분량에 인도-태평양이란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인도-태평양에 대한 대응은 전적으로 우리 국익을 놓고 판단할 문제다. 나아가 인도-태평양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는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 문제 중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의 인도-태평양 큰 그림에서 미국 국방부가 인식하는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대응에 관해서는 국내에 몇 가지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주권국가로서 다른 국가의 외교•국방정책에 올라타거나 그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지나치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의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인도를 대상으로 하니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접점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소리도 있다. 반면 한국의 번영과 안정을 가져온 현 지역질서 붕괴는 우리 미래 이익에 위협이 되므로 현 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인 인도-태평양에 동참하자는 사람도 있다. 보다 극단적으로 한-미 동맹의 한 부분으로 당연히 인도-태평양과 같이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의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은 미국(인도-태평양)과 중국(일대일로)간 경쟁의 딜레마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향설정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차라리 우리가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공식적으로 인도-태평양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지 않더라도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이 함께 할 수 있는 협력을 우리가 먼저 확인하고 미국 쪽에 제안해 우리 주도의 아젠다 설정을 할 수도 있다. 신남방정책의 성격상 높은 수준의 전략적•군사적 아젠다는 회피할 수 있다. 비전통안보와 인간안보, 능력배양(capacity building) 문제에 특화된 한국과 미국의 지역 차원 협력을 통해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재현 박사(jaelee@asaninst.org)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후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남아 국내 정치 및 아세안 국제관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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