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50호

한·일 간 레이더 갈등으로 본 일본의 의도와 함의

― 한국의 대응방향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원

김 예 슬

최근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이하 해자대) 간 레이더 조사(照射) 여부 공방이 한일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언론 총평은 양국의 국방 당국 수준에서 협의할 수 있는 문제를 일본 측에서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국제 문제로 이슈화시켰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의 신중한 대응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직접 동영상 공개를 지시했다고 언론은 밝히고 있다. 이번 레이더 논란 확산은 일본 총리가 직접 관여했다는 점에서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과 레이더 문제의 부각을 통한 일본 정부의 전략적 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한일관계에 있어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일본은 작년 한 해 한일관계에서 상당히 수세적인 입장이었다. 남북미 간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본은 국내외적으로 소위 ‘패싱’ 논란을 겪어야 했으며, 최근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 일본에 전통적으로 불리한 역사문제가 지속 대두되었다. 일본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역사 논쟁에서 벗어나 외교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의제를 선점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우리의 독립선언 및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분석은 더욱 명확해진다. 역사문제를 군사문제로 전환함으로써 한일 간 외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둘째, 국내정치적 차원에서 지지율 재결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제정치 연구에서 연계 이론(linkage theory 또는 two-level game)은 국제관계 현상이 국내정치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공세적 태도를 견지하여 국내적으로 우호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보수 우익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부의 지지율 하락 국면을 회복하려는 의도이다. 일본 방위정무관 야마다 히로시는 이번 사건을 ‘일본을 위협하고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이는 일본국민의 반한(反韓)정서를 조장하는 의도적인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현 일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과 방위정책 강화 명분이다. 2012년 집권 이후 아베 정부는 일관되게 ‘수정주의적 내셔널리즘’을 추구하면서, 전수방위를 기조로 하는 일본의 비군사화 규범들을 과감하게 변경시켜 왔다. 아베 총리는 작년에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올해에는 헌법 9조 3항에 ‘자위대 존재 명기’ 등 평화헌법 개정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12월 18일 발표한 ‘방위계획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서는 이즈모 항모 개조 등 공격무기 보유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항이 대거 포함되었으며,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 4700억엔의 방위비를 책정한 바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가 합의되지 않은 한일 간 중간수역에서 해상자위대의 군사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내외적으로 자위대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넷째, 군사적 측면의 필요성이다. 일본은 작년 10월 욱일기 게양 문제로 한국의 국제관함식에 해자대 함정 파견을 취소한 바 있고, 12월에는 우리 해군의 연례적인 독도방어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본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자국 해자대의 임무 수행을 부각할 필요가 있으며 최신 해상초계기인 P-1의 작전성능을 시험하는 목적도 있었다고 판단된다.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의 용인∙수륙기동단 창설 등 자위대 운용영역과 활동범위를 점차 확장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군사작전 교리도 공세적으로 변경하고 있다. 공해상에서 구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함정에 대한 해자대 해상초계기의 저공 근접 비행은 이러한 측면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현 아베 정부는 기존의 ‘평화주의’와 ‘전수방위’ 규범이 주는 제약에서 벗어나, 국가가 요구할 경우 언제든지 군사력을 운용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를 지향하고 있다(그렇다고 이러한 경향을 과거 2차대전 당시 수준의 ‘군국주의로의 회귀’와 동일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베 정부는 취임 다음 해인 2013년 일본 전후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설치하고 ‘국가안보전략서’를 발간했다.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명분으로 ‘방위계획대강’을 개정했다. 2014년에는 ‘무기수출 3원칙’을 폐기하면서 타국에 대한 방위장비 이전 조건을 대폭 완화했으며,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신무력행사 3원칙’도 제정했다. 2015년에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미일 간 공동대응 능력을 강화했다. 2016년에는 자위대의 역할 확대에 필요한 여건 조성을 위해 ‘평화안전법제’를 시행했으며 2018년 12월에는 (한 정부에서는 최초로) 두 번째 ‘방위계획대강’을 발표했다.

  아베 정부의 방위정책 변화과정에서 우리는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현 정부의 수정주의적 내셔널리즘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일동맹은 냉전 초기 미국의 소련 봉쇄를 위한 일본 재무장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2015년 새롭게 발표된 미일 안보협력지침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18년 10월 제4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Armitage-Nye Report : The US-Japan Alliance: More Important Than Ever)는 초당적 차원에서 미국이 지향하는 미일동맹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우선주의와 정치적 공약 약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일관계 균열을 봉합하는 미일동맹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상호운용성 강화 측면에서 미군과 자위대의 기지통합과 합동임무부대 창설∙방위장비 공동개발∙첨단기술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미일동맹의 심화와 일본의 독자적 방위역량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향후 아베 정부의 전향적 방위정책과 경제력・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일본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이 예상된다. 2018년 방위계획대강은 일본의 미래 군사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전장의 교차영역에서 발생하는 승수효과 제고를 위해 사이버・우주・전자전 영역을 강조하는 ‘다차원 통합방위력’을 제시했으며, 또한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군사력의 공세성과 신속・원거리 작전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수직 이착륙기(F-35B)를 운용하는 다용도 항모 보유와 공대지・지대공・지대함 유도탄 등 장거리 타격력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레일건∙레이저포∙대형 수중드론∙초음속비행체와 같은 신개념 미래 무기체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자위대의 신속대응 및 원거리작전 능력 향상은 자위대의 영역과 임무 확대를 위한 근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본의 변화를 우리는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 것인가?    첫째, 미국에 있어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가치를 비교하거나 상대적 우선순위를 정하려는 자세는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는 다른 한미동맹만의 역사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참혹한 전쟁을 함께 싸웠으며 지난 70여 년 동안 한반도 정전체제를 함께 지켜온 전우이다. 연합사를 중심으로 한 단일 지휘체계를 기반으로 연합연습과 훈련, 작전계획 수립을 통해 발전시킨 연합방위태세・능력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동맹정신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볼 수 있다. 미일동맹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한미동맹의 가치와 장점에 집중함으로써 더욱 공고하고 상호보완적인 동맹관계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은 대한민국의 국가방위에 유리한 자산이라는 전략적 인식이 요구된다. 일본에도 한미동맹은 북한과 중국의 직접적인 군사 위협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유용한 자산이다. 일본은 한미동맹 약화 시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다. 한편 미국과의 양자적 동맹 관계는 한일 간 갈등이 군사적 상황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북 전면전 상황에서 일본에 위치한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미동맹의 전쟁수행과 지속능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셋째, 우리의 독자적인 군사역량 강화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국력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점은 변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독자적인 군사력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군사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부득이하게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는 상대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거부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지・전략적(地∙戰略的) 특성과 과학기술 인프라 등 국가적 강점을 미래 군사력 운용과 건설에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김예슬 연구원(1332387@kims.or.kr)은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동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한 후 숙명여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정치학 전공)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며 해양안보∙해양분쟁 등이 주요 관심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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