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38호

‘남북 군사합의서’의 전략적 함의와 해결과제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 덕 기

지난 9월 19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4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상·해상·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서가 갖는 전략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합의서는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정상간 합의한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 중지조치를 다시 확인했다. 앞으로 남북은 군사공동위를 통해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문제 등 군사현안 및 의제들을 협의·해결해 나가게 된다.

  둘째, 비무장 지대를 ‘평화와 화합의 장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남북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GP 시범철수와 공동유해발굴∙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에도 합의했다. 이를 위해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를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올해 12월 31일까지 군사분계선(MDL) 1km 이내에 근접해 있는 남북 GP를 각각 11개씩 철수하기로 했다.

  셋째, 한반도의 화약고였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겠다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구체적 이행방안도 나왔다. 남북은 군사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명한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 관련 합의를 복원, 이를 이행하기로 다시 확인함으로써 이 해역을 ‘분쟁의 바다’에서 ‘공동과 평화의 바다’로 전환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넷째, 남북은 남북관리구역의 3통(통행·통신·통관)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는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 동·서해 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히 복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남북관리구역에서의 통행·통관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1992년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에서 이미 합의했던 군사당국자 직통전화 설치 문제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국방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주요 직위자 간의 직통전화가 설치될 경우 각종 군사 현안을 지체없이 협의·해결할 수 있는 소통채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군사합의서’의 전략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이 합의서로 NLL 무력화∙ 서북5개 도서 고립∙북한군에 대한 감시 및 타격도 불가능 하게 되었다는 불균형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합의서에 만족한 반면, 우리 군 안팎에서는 특히 해상의 경우 서해 NLL 문제가 민감하게 걸려있었지만 북한의 뜻대로 합의했다는 비판이 높다. 따라서 향후 군사실무회담∙장관급회담 등에서 다음과 같은 국민들의 우려사항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 이번 합의서에서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즉, ‘완충구역’을 NLL을 기준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NLL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수용했다는 논란이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당초 완충구역이 남북 똑같이 40km씩 총 80km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측이 북측에 비해 35km를 더 양보한 135km로 밝혀지면서 이러한 의문을 키웠다. 그 동안 북한은 NLL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1999년 9월에는 우리 NLL에 대항해 NLL 이남 지역에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2006년 5월에는 ‘서해 경비계선’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해왔다. 따라서 향후 추가 협상 시 서해 NLL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NLL을 중심으로 남북 똑같은 해역을 ‘완충구역’에 포함시키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실상 NLL이 무력화되면서 서북 5개 도서와 덕적도가 고립될 수 있다. 반면, 북한이 해안에 배치한 장사정포·지대함(地對艦)미사일 등 핵심전력은 육지에 배치돼 영향이 전혀 없다. 따라서 유사 시 서북 5개 도서와 수도권 서방을 수호하는 우리 해병대와 해·공군 합동작전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되었다. 유사시 서북 5개 도서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셋째,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20-40km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우리 군에 수도권을 목표로 북한이 전방에 전개한 주력군의 동향을 감시정찰하고 근접 정밀 타격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번 합의로 북한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수도권 기습에 성공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유’(Freedom of Action)을 보장했다는 비판이 높다.

  넷째, 이번 합의서에는 미래 군사력 증강도 남북이 협의하게 돼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은 우리의 전력 증강사업과 서해상에서 우리 자체훈련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도 ‘적대행위’라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비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 북한은 우리가 지난 9월 진수한 3,000톤급 장보고-III 1번함 진수식 후 호전적인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향후 추가 협상 시 북한은 우리의 전력증강과 훈련을 빌미로 다른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미 언급된 ‘납북군사합의서’의 전략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북한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는 과거 북한과 다양한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도발 등 다양한 시련을 겪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9·19 평양공동선언’을 전략적으로 분석·판단하고, 전쟁이 없는 한반도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는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우리민족끼리 주변국 도움 없이 과연 통일된 한반도를 만들 수 있는가? 우리가 미국의 도움 없이 중국의 무력과 종주(宗主) 의식을 버텨낼 수 있는가? 일본의 재무장에 대응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질문이다.

김덕기박사(strongleg@naver.com)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영국 헐(Hull)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세계인명사전(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2006)된바 있다. 청와대 행정관‧합참 군사협력과장‧해군본부 정보화기획실장‧세종대왕함 초대함장 등 역임 후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합참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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