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3호

수에즈운하 확장 개통과 우리 해운산업의 현실

(주)한국해사신문사
편집국장

윤 여 상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이 해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시적으로는 바다에 말뚝 하나 박아 놓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 해양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 주로 보인다.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강대국들이 바다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양자원의 확보 등이 경쟁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지만 해상 운송력의 주도권 경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지난 8월 6일 이집트가 150년이나 된 수에즈운하를 확장하고 ‘제2의 수에즈운하’를 선포하며 개통식을 거창하게 개최한 바 있다. 40여명이 넘는 정상급 인사를 포함하여 5,000여명의 주요 인사가 참여할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우리도 해양수산부 장관을 대표로 대통령의 특사단이 파견되어 운하 개통을 축하하고 동향 파악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연간 3억~4억 달러에 달하는 통항료를 지급하는 수에즈운하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이다. 우리 정부가 수에즈운하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해운산업의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에즈운하는 프랑스가 건설하고 영국이 장기간 소유권을 행사해 왔다. 이집트 정부가 운영권을 가진 것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이 지난 1956년 국유화에 성공하고부터다. 운하 통항료가 관광 수입료와 함께 이집트의 양대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이때다. 시민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현 이집트 정부는 이번 제2수에즈운하의 개통으로 전 세계 해상 운송력에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이집트 정부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수에즈운하에 집착하고 지키려는 노력은 우리가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집트 정부는 10조원에 달하는 이번 운하 확장 공사를 하면서 외국 자본을 전혀 끌어들이지 않았다. 돈이 많아서가 절대로 아니다. 영국의 식민지로 운하의 운영권을 빼앗겼던 쓰라린 경험도 작용을 하였겠지만, 국가적인 인프라를 처분하지 않고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국민펀드를 조성하여 학생들에게까지 이를 판매할 정도로, 앞으로 어떠한 외부 세력도 운하의 운영에 영향력을 개입하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달아놓았다. 이집트 정부의 이러한 강력한 의지로 결국 3년여의 공사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연간 50억 달러의 통항료가 10년 내에 그 3배인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통항료 인상으로 인한 해운선사들의 고통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산업의 경기 침체로 그나마 해외에 확보하고 있던 항만의 운영권마저 처분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심지어 국내의 주요 항만조차도 해외 자본의 잠식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단 70년의 아픔을 갖고 있는 우리는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이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고성장을 달성하며 1조 달러의 무역 규모를 달성한 우리이지만,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이 바다를 통해 운송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국가적으로 가장 짧은 해상 운송로를 확보하고, 핵심 물류 거점인 주요 항만의 운영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양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웃 나라인 중국의 행보를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 중국은 우리와 항만 및 해운분야에서 경쟁을 벌여온 것이 사실이지만, 점차로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세계공장’이라는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의 힘으로 그 이유를 돌릴 수도 있지만, 지도자와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그리스의 피레우스항 터미널 지분 매수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가 하면, 운하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니카라과운하를 직접 건설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경악할 수준이다. 니카라과운하는 중국이 앞으로 100년간 운영을 맡게 된다. 중국의 허락이 없이는 한 세기 동안 니카라과운하를 오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번 수에즈운하의 확장 개통과 마찬가지로 해상운송로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파나마운하도 현재 확장공사를 추진하고 있고, 내년 말에는 개통을 한다. 소유권이 현재 파나마 정부로 넘어왔지만 최근까지 미국이 소유권을 행사하면서 그 영향력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파나마 편의치적(便宜置籍)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수에즈운하 확장으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해상운송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배출한 ‘세계 해양대통령’이라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도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앞으로 8년간 우리가 맡게 된다. 대단한 호재임에 틀림이 없다. 스위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해운기업인 MSC를 보유한 강력한 해운강국이라는 점을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윤여상 편집국장(kmn211@chol.com)은 2007년 한국해사신문사에 입사하여 취재부장, 부산지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편집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항만클러스터 구축과 선박관리 선진화에 대하여 연구하였으며, 항만물류학과와 해운경영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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