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17호

남북·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거는 기대

조화정치연구원
원 장

김 강 녕

매서운 한파로 꽁꽁 얼었던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루어진 북한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의 특사방문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 일행의 특사단 방북, 그리고 대북특사의 방미를 통한 방북성과설명 및 김정은 위원장 친서전달에 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북미정상회담 수락 등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이 열리면서 평화의 기운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대북 특사단은 3월 5일 남측 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접견과 만찬을 가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11월 초 시진핑 중국주석이 보낸 특사 숭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주지 않은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측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중 방남한 북측특사를 환대한 데 따른 답례성격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비핵화’에 대한 북측의 태도변화는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우리 대북 특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접견한 뒤 서울로 돌아와 6개항의 ‘특사 방북결과 언론발표문’을 공개했다.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통해 남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개최 ▲남북정상간 핫라인 설치 및 정상회담 이전 첫 통화 ▲군사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 동의 ▲비핵화•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 핵·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남측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공연 등에 합의했다.

  그동안 북한은 헌법전문과 노동당규약에서 ‘핵보유국’이라고 명기하는 한편, 최근 10년동안 어떤 비핵화 대화에도 거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이 이번 남북합의에서 ‘비핵화 의지’의 표명, ‘군사위협해소와 체제안정보장’의 조건하의 핵포기 가능성 언급, 비핵화·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방북성과의 설명차 워싱턴을 찾은 대북특사 정의용·서훈 일행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트럼프 대통령 초청내용이 담긴)를 대신 전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까지 북미정상회담을 열겠다고 화답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제안과 화답으로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이 만날 전망이다.

  북한이 이번 합의에서는 비핵화 원칙을 수용하긴 했지만, 올해 신년사에서 당초 북한이 관심을 드러낸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개선에는 큰 관심을 드러냈지만,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드러냈었다. 북한은 남북관계개선의 꽃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조기개최를 희망했다. 하지만 문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여건마련을 위해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원칙을 수용하지 않는 한 북미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원칙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남북대화가 본격화된 조짐을 보인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북미간에 눈에 띄는 기류가 관찰되기도 했다. 1월말에는 서훈 국정원장이 방미해 북미접촉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후 남·북·미가 3자 채널을 가동해 본격적인 북미접촉을 추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이러한 언급과 접촉이 결실을 맺게 되어 남북·북미 정상회담 합의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온 주 요인은 무엇인가? 북한이 대북경제제재(미국과 유엔의)와 군사압박(선제타격•코피작전 등)으로 고통 받고 두려움도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부차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핵무력의 완성’에 따른 나름대로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대북경제제재나 군사압박에 굴복해 대화에 나왔다고 오판해 남북관계를 ‘갑을관계’로 보고 대북협상에서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상황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우리측이 전략적 오산을 범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략적 시간표에 따라 국가핵무력 완성선언이후에 취해진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에 대한 치밀한 중장기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절차 ─ 즉, 핵·미사일실험중단→비핵화협상시작→북한핵시설 검증→핵시설 폐기•대북제재완화→핵물질폐기→북미수교 등 관계개선과 평화체제구축은 현시점에서 설득력 있는 방안이 아닐 수 없다.

  오는 4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북한은 이번에 발표한대로 비핵화 추진대가로 ‘군사위협해소와 체제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체제안전보장과 함께 북미관계정상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지금, 13년 전인 2005년에 발표된 ‘9.19 공동성명’의 한반도 평화체제구상이 비핵화의 등가교환물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가 의미 있게 추진되려면 군사위협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을 위한 비핵화 달성과정에 상응한 ‘합리적 안보우려’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군비통제나 평화체제수립 이외에 옛 남북조절위원회와 같은 ‘낮은 수준의 남북연합 기구로 평가될 수 있는 협의기구’ 창설도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방안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북한 자체의 전략적 시간표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아직 남북간에 불신이 깊고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10년 만에 다시 열린 ‘기회의 창’을 그대로 닫히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설사 북한이 비핵화의사를 표명한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우리는 플러스발상을 통해 이번 계기를 잘 활용해 비핵화와 평화정착이 결실을 얻도록 해야 한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증진의 과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의 손으로 넘어왔다. ‘평화번영의 한반도’는 우리정부의 5대 국정목표중의 하나인 바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선 당면한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치밀한 자조적·공조적 준비가 요구된다.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측의 수용으로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쪽 땅을 밟게 되는 최초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최근 급작스러운 국무장관 교체가 이뤄져 변수가 생기긴 하였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이것도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될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북미관계개선사에서 진일보를 의미한다. 첫 숟갈에 배부를 수는 없다. 오는 4월과 5월에 개최하기로 합의된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과 있는 성공적 개최를 통해 남북한과 북·미의 관계개선은 물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증진·평화정착이 앞당겨지는 전기·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강녕 원장(knkim333@hanmail.net)은 인천대 교수 및 동대학 평화통일연구소장·국방부 정책자문위원·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충남대에 출강하며 해군발전자문위원·민주평통상임위원·조화정치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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