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1호

텐진항 폭발사고와 서해 환경보호

한국환경산업협회
선임연구원

이 영 주

지난 8월 12일 밤 중국의 톈진 빈하이신구 제 5도로와 위에진루 교차로 부근에서 가연성 폭발 물질이 보관되어 있던 컨테이너에서 2.3리히터의 진동을 동반한 1차 폭발에 이어 TNT 21톤 규모의 2차 폭발이 발생하였다. 폭발과정에서 사고 당시 창고 내 보관 중이던 위험화학물질이 주변으로 유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텐진항발 ‘월경오염’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내 유관부처와 전문가들은 “텐진항 폭발 사고로 인한 오염물질이 한반도에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안심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사고현장에서 약 6km 떨어진 곳의 톈진시 빈하이 신구 하이허에서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이 확인되었다. 톈진시 빈하이 신구 하히허는 서해 발해만으로 유입되는 톈진 시내를 흐르는 하천이란 점에서 사고의 오염물질이 ‘하수도, 강, 바다’로 흘러가 우리의 서해 환경을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학원 산하 대기물리학 연구소가 제공한 위성사진에서도 당시 폭발과 화재로 생긴 검은색 연무가 한반도의 서해와 맞닿아 있는 발해 인근지역의 해상으로 확산된 것이 확인되면서 서해 오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은색 연무의 유독성은 해상으로 확산되면서 희석되는 동시에 해류를 타고 이동하여서해의 수산물에 축적되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산업시설 사고로 인해 우리의 서해바다가 위협을 받았던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발해만에 위치한 중국의 해상유전 플랫폼 펑라이 19-3 해상유전 굴착 플랫폼에서 코노코 필립스(Conoco Philips) 회사가 유전개발 관련 규정을 위반하여 다량의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사고 해역의 기름 농도가 최고 86배까지 증가했으며 840㎢에 이르는 해수의 수질이 1급수에서 4급수로 악화되어 서해바다의 오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의 정보제공 요청 및 사고 수습 지원의 제안을 거부한 경험을 통해 볼 때 텐진항 폭발 사고의 경우에도 별다른 방법을 취하지 못하고 또 국민의 우려와 정부의 안심 메시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위험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산업시설에서 위험이 잘 관리되지 않을 경우 한 순간에 인명•재산•환경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국경을 넘어 인접국에게도 미칠 수 있다.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톈진항 사고는 위험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산업시설의 사고위험을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의 관심사로 공론화시킬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관할국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관리하는 개별주의적 재난 대응 체계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기본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가들 간의 잠재적 분쟁의 요소로 작용하므로 이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절실하다.

  위험화학물질 관련 산업을 관리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주권 사항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법상 모든 국가는 ‘협력의 의무’ – 구체적으로 말하면 ‘월경성 환경오염금지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가 위험화학물질 관련 산업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는 무제한적인 권리가 아니라 첫째, 국경을 넘어갈 수 있는 잠재적 행위의 위험을 평가하고 둘째,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국가에게 이를 통지하며 셋째, 예상되는 위험에 대해 그 해당국가와 협의를 해야 하는 의무를 전제로 한 권리이다. 일찍이 현대산업이 대규모로 발달한 유럽은 산업체사고로 인한 월경오염의 문제점에 주목하여 1992년 ‘국경간 환경영향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Environmental Impact in a Transboundary Context)을 체결하여 월경성 환경영향 평가제도를 수립한 바 있다. 동 조약은 환경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 대해 월경성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의 사례는 우리에게 ‘바람직한’ 협력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지만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의 수준을 고려하면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사전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 간에 ‘해당 산업시설의 위험’에 대한 정보교환을 충분히 이루어야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사고수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월경성환경영향평가제도를 목표로 하는 기초적인 작업에서의 협력은 분명히 시작될 필요가 있다. 역내에 월경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산업시설이 어디에 얼마나 큰 규모로 존재하는지를 조사하여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목록을 만드는 사업을 수행할 협의체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 이는 사고로 인한 월경성 환경피해를 예방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달성케하는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시키는 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영주(lawyj@keia.kr)연구원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제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해양연구원에서 런던의정서와 해양환경보호를 연구하였으며 현재는 한국환경산업협회의 선임연구원으로서 환경부의 한중일 환경협력라운드테이블 등의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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