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9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환동해 : 북방의 훈풍을 만들어내야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강 태 호

2015년 8월 취임 2년 6개월여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임기의 반환점에 와 있다. 절반의 시점에서 한번쯤 이 정부가 내걸었던 정책들이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남은 절반의 시기에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다음 정부에는 무엇을 넘겨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 유라시아 대륙은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들어서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신실크로드(一帶一路),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 에너지 등 중러의 전면적 협력을 배경으로 가장 역동적인 변화에 들어갔다. 중국·시베리아 극동·중앙아시아·유럽을 연계하는 유라시아 교통 물류 및 에너지 협력은 시진핑 정부의 이 一帶一路 구상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집권 3기 푸틴 대통령이 신동방정책으로 추진한 동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개발 역시 동북아 및 아태 지역을 철도와 에너지망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는 더욱 본격화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철도 등에서 시작된 협력을 매개로 중앙아·인도·서남아시아 등 유라시아 지역과 인근 지역에 이르는 지정학적 협력의 지도를 바꾸고 있으며, 이런 두 나라의 밀월관계는 두 나라가 과거 냉전기에 보였던 대결과 경쟁 구도와 비교한다면 21세기 초반의 세계 질서를 변화시키는 주요한 동인이 될 것이다.

  ‘一帶一路’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몽골·동남아·러시아 등 이웃 국가들과 인프라 투자 확대 및 물류 에너지 물자 등 교류확대로 새로운 경제협력의 공간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경제 침체 내지 저성장에 빠져든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이자 기회이며 동시에 도전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한중 FTA에 머물고 있다. 한중 경제협력을 제3의 국가 중앙아시아, 몽골 등 일대일로 협력국가들과의 공동 프로젝트 내지 3자 협력 프로젝트로 확대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푸틴의 동방정책은 나진-선봉 항만투자, 러시아 극동항만 개발, 시베리아 에너지 공급 등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 극동 연해주지역에 대한 중국 동북3성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3의 협력 상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 지역의 새로운 지정학적 구도에서 볼 때 가장 핵심적인 협력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한국 정부가 추종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서 열린 ‘한러 대화(KRD)’정치 경제 컨퍼런스에서 고재남 국립 외교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세계의 대러 제재가 한·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실질협력이 부재할 경우 양국관계가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단으로 대륙과 단절됐음에도 한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서해를 통해서였다. 마찬가지로 이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동해를 시야에 넣는 환동해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부산항의 물류체계가 있다. 포항·동해·속초 등 동해쪽의 항만을 활용해 환동해의 해상 항로를 통한 대 러시아 접근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앞서의 한러 대화 정치 경제 컨퍼런스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부분 균형동맹'(semi-balancing alliance)의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을 제안했다. 중견국으로서 한국은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도 중국과의 FTA를 통해 경제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와도 전략적 협력을 통해 자원부문 중심의 경제동맹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러시아와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 비유적으로 말하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시베리아의 훈풍이 불어닥치는 – 기상이변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강태호 기자(kankan1@hani.co.kr)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에서 통일팀장 등 20년 이상을 남북관계•한반도 문제를 다루었다. <코리아엔드게임>(공역), <천안함을 묻는다>(편저) <북방루트 리포트>(공저, 2015년) 외 다수 글을 국내 저널에 기고하였으며, 현재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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