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7호

해상난민 문제 대응할 정책수립 필요하다

연세대 법과대학 강사
법학박사

이 기 범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금년도 7월 1일자 보고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에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에 도착한 해상난민은 약 137,000명에 이른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해상을 통해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성공한 일부 해상난민 이외의 상당수 해상난민은 목적지 없이 표류하거나 목적지에도 도착하지 못하고 굶주림•폭행•파선 등으로 바다에서 생명을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아시아에서는 종교적 박해로 인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떠나 파선 위험에 처한 선박에 의존한 채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는 로힝야(Rohingya)족에 관한 문제가 해상난민에 관한 가장 큰 관심사이다. 특히 인접국인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이 기본적으로 로힝야족의 상륙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로힝야족이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로힝야족 문제에 대하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유앤 차원의 다각적인 대책 수립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국가들은 해상난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이주자’로 간주하여 이들이 해안에 상륙하는 것을 막는데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해상난민에 관한 문제가 오늘날 논쟁의 여지가 상당한 국제법의 떠오르는 한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한국을 목적지로 하는 해상난민이 거의 없다는 인식으로 해상난민 문제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해양법협약을 비롯한 각종 해양 관련 조약들의 당사국으로서 한국은 이러한 조약들이 부과하고 있는 국제법상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해상난민 문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로힝야족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보트피플 등과 같은 해상난민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침서(매뉴얼)를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우선 유엔해양법협약 제98조 1항은 당사국들이 자국의 국적을 가진 선박에게 바다에서 발견된 실종될 위험에 있는 어떠한 사람에게도 구호를 제공할 의무와 함께 조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구조를 위해 가능한 한 전속력으로 항진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파선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한 난민을 태운 선박이 발견될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선박은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해상난민에게 구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당사국인 국제해상수색구조협약(SAR Convention)은 ‘구조’의 의미를 ‘안전한 장소’로 데려가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난민이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곳으로 보내져서는 안된다는 국제난민법상의 ‘강제송환금지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고려한다면 해상난민을 그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공해 등으로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면 해상난민에게 대한민국은 임시로 상륙을 허가해야만 하는가? 사실 이 문제는 매우 실질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상륙을 허가하는 것이 국가들에게 국제법상 의무로 부과된다면 해상난민에게 국제법상 난민의 지위를 부여해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난민의 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호’(asylum)를 제공해야 할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가들은 되도록 이 문제를 다루기를 회피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해상수색구조협약과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의 2004년 개정판은 해상난민에게 상륙을 허가해야만 할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 국적의 선박이 해상난민을 구조한 경우 이외에도 다른 나라 국적의 선박이 대한민국 인근의 해역에서 보트피플과 같은 해상난민을 구조하고 이 해상난민을 대한민국에 상륙시키고자 하는 경우 대한민국이 이를 거절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은 해상난민의 상륙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륙을 거절할 권리는 2004년 개정되어 2006년 발효된 국제해상수색구조협약과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에 따라 해상난민이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에 상륙하는 문제에 대하여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공조할 것을 조건으로 행사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대책 없이 해상난민을 공해 등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것은 해상난민을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국가의 해역으로 보내거나 공해와 같이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곳으로 보내는 것은 국제난민법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국제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해상난민 문제에 대한 적절한 지침서를 만들어 놓는다면 비록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해상난민에 대한 ‘비호’를 제공하지는 못할지라도 호주 정부가 지난 2001년 구조된 해상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이들을 태운 노르웨이 국적의 선박이 자국의 관할해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Tampa 사건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하였던 그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기범 박사(syshus@gmail.com)는 연세대 법대 법학과를 졸업하였고, 영국 에딘버러대 법대에서 해양경계획정을 주제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연세대 법대에서 국제법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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