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5호

우려되는 동남아 해적위협 동향 : 소말리아보다 말라카가 문제다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관리과장

정 태 성

최근 국제적으로 해적이 주로 활동하는 해역중의 하나로 말라카해협(Strait of Malacca)이 떠오르고 있다. 말라카해협은 아시아와 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최단통로이자 전세계 교역량의 20%가 통항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따라서 전 세계 경제성장과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해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중국•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의 원유 수입국으로 하루에만 약 22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으며, 일본에 이은 두 번째의 액화천연가스 수입국으로 원유 수입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를 말라카해협을 통해 운송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동남아시아 지역 – 특히 말라카해협 – 에서의 해적행위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말라카해협에서의 안전한 해상교통로 확보는 국가적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우선 전 세계의 해적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국제사회의 대응노력 및 공조와 연합해군의 호송작전 등에 힘입어 2010년에 445건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감소(연평균 13.9%)추세를 보여 오고 있으나, 아시아지역에서의 해적발생 건수는 오히려 증가(연평균 5.9%)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 전 세계 해적사고 245건 중 162건(66.1%), 피랍사고 21건 중 16건(76.2%)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고, 그 중 100건(61.7%)이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일어났다. 과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해적사고는 주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인근 항만에서 정박중 또는 묘박지에서 대기중인 선박에 장검을 차고 들어와 선원을 위협하고 선용품•기관실 예비품•현금 등을 강탈하는 단순 강도 수준의 해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말라카해협•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남중국 해역 등에서 항해중인 선박에 조직폭력배•반군조직 등과 연계한 해적들(5~10명)이 무기를 소지하고 고속보트를 이용하여 2~4천 톤급 유조선을 납치하여 환금성이 높은 유류를 강탈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무장보안업체의 정보에 의하면 세계 최대 테러조직인 IS(Islamic State)에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지역 이슬람 무장단체가 미국의 공습으로 IS가 와해될 경우 본국으로 돌아와 해적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테러조직(IS 및 Al Shabab)의 전술(국제암시장 정보, 인질 납치·협상능력, 화물의 현금화 등)을 습득하여 석방금을 노린 선원납치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해역에서의 해적행위가 더욱 흉포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지역에서의 해적행위와 무장강도 퇴치를 위하여 한국•싱가포르•중국•일본 등은 2004년 11월에 아시아지역해적퇴치협정(ReCAAP)을 채택한 바 있다. 동 협정에 근거하여 회원국 간 해적정보 공유 등 세부 활동을 위해 사무국을 싱가포르에 설치하고, 각국 해적퇴치기관(해경•해군 등) 및 국제기구와도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는 해적위험해역에서의 국적선박 및 선원의 보호를 위해 다각적인 해적피해예방대책을 수립하여 지원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2009년 3월부터 청해부대를 아덴만에 파견하여 국적선박 호송 및 구출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유사시 연합함대와의 유기적인 공조체계가 구축되어 국적선박에 대한 신속한 구조활동이 가능하다. 둘째, 해적출몰 다발지역(소말리아• 아덴만•인도양)을 해적위험해역으로 지정하여(2011년 6월) 해적 침입시 선원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선원 대피처 설치를 위한 법적근거를 구축(2013년 6월)한 바 있다. 셋째, 해적피해방지 및 대응과 관련한 국내외 요구를 수용하고 무장보안요원의 승선근거를 마련중이며 종합적인 해적피해예방대책 수립 등을 위해 ‘국제항해선박 등에 대한 해적행위 방지와 대응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해적위험해역(특히 소말리아 및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항해중인 국적선박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선박 감시시스템을 갖추고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지역은 소말리아•서아프리카 지역과 달리 해적발생 해역이 광범위하고 이동 선박이 많아 해적위험해역을 별도로 지정․관리하지 못해 국적선박에 대한 모니터링 지원이 없는 실정임에 따라 선사 및 선박에서는 해적피해예방대응지침(BMP4)을 준수하고 자구 노력(보안요원 승선 조치•선박 난간의 철조망 설치•해적순찰 강화 등)을 통해 자체적인 해적피해 예방활동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대부분 동남아시아 해적은 총기로 무장하지 않고 새벽시간에 항해 또는 정박 중인 선박을 공격하고 본선의 대응조치가 있을 경우 별다른 저항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선내 순찰•의심선박 집중 모니터링 등 해적피해 예방활동을 통해 조기에 해적을 식별하고 선내 비상경보 및 회피(증속•지그재그 운항) 조치 등 선박의 자구노력만으로도 동남아시아에서의 해적퇴치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우리나라 선박이 피랍된 사례는 없으나, 2015년 5월 19일 말라카해협에서 항해중이던 화학제품운반선(5천 톤급)에 괴한 7명이 승선하여 당직중인 선원의 다리에 타박상을 입히고 현금 약 5만 불(추정)과 노트북 등을 갈취하여 달아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해적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만큼 선사 및 각 선박은 정부가 마련한 해적위험해역통항지침 및 해적예방대응지침을 철저히 이행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태성 과장(time6801@korea.kr)은 해양수산부 상황실장과 동해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관리과장으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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